<p></p><br /><br />뱃속에서부터 탯줄로 엮여 생사를 함께 하는 세상 유일무이한 관계가 있습니다. <br><br>엄마와 자식입니다. <br> <br>세상 밖으로 나온 뒤엔 출생일자와 성별, 엄마의 이름이 적힌 '신생아 팔찌'가 둘 사이를 이어주는 또하나의 탯줄 역할을 하지요. <br> <br>그런데 구미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된 3살짜리 여자아이는 병원에서 신생아 팔찌가 훼손돼 있었다고 합니다. <br> <br>누군가 태어난 날짜와 엄마는 물론,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까지 바꾸려 했는지도 모릅니다. <br> <br>유력한 용의자는 외할머니인 줄만 알았던 아이의 친모입니다. <br><br>그는 도대체 무엇을 감추려 했던 걸까요. <br><br>Q1. 친모가 아이를 언제, 어떻게 바꿔치기했냐를 두고 의문이 많았는데, 이를 밝혀낼 단서가 잡혔다고요? <br><br>맞습니다. <br> <br>최근 경찰이 숨진 아이의 언니인 김모 씨가 아이를 출산했던 병원 기록에서 '아이 바꿔치기' 장소와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를 잡았습니다. <br><br>김 씨가 아이를 출산한 건 지난 2018년 3월 30일입니다. <br><br>그런데 48시간 정도 지나서 신생아의 혈액형을 검사했더니, 아이의 혈액형은 김 씨는 낳을 수 없는 혈액형이었던 겁니다. <br><br>Q2. 아이들의 혈액형은 아빠 혈액형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닌가요? <br> <br>일반적이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만, 숨진 아이의 경우에는 아빠가 어떤 혈액형을 가졌을지라도 김 씨는 낳을 수 없는 아이였습니다. <br><br>혈액형은 크게 A형과 B형, 0형, AB형이 있는데, 유전인자를 좀더 세분화해보면 Rh+를 기준으로 인간은 여섯종류의 혈액형을 가지고 태어납니다. <br><br>병원 기록에 기재된 숨진 아이의 혈액형은 A형이었습니다. <br><br>그런데 김 씨의 혈액형은 B형, 그 중에서도 BB형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.<br><br>어떠한 혈액형을 가진 남성과의 사이에서도 A형인 아이는 낳을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. <br> <br>[유성호 /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 교수] <br>"부모 중에 한 사람이 혈액형의 유전인자가 BB라면 상대방 배우자가 어떤 혈액형을 가졌든 아이는 B형과 AB형 두가지 형태로 나오는 게 일반적입니다." <br><br>Q3. 그럼 친모로 밝혀진 석모 씨의 경우엔 A형 아이를 낳을 수 있었던 건가요?<br> <br>경찰 관계자, "석 씨는 낳을 수 있는 혈액형"이라고 말했습니다. <br> <br>석 씨의 가족들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"석 씨도 B형"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, 같은 B형이라 하더라도 김 씨와 달리 BO형이라면 A형인 아이를 낳을 수가 있습니다. <br><br>친부가 A형, 혹은 AB형이었을 때 가능한 일인데, 경찰이 친부를 찾는 과정에서도 주요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. <br><br>Q4. 결국 친모가 병원에서 바꿔치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잖아요.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? <br> <br>신생아실은 보통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관계자가 아니면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. <br> <br>그래서 경찰은 당시 병원 근무자 가운데 공모자가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. <br> <br>특히나, 김 씨가 병원에서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 중에 아이의 신생아 팔찌가 훼손된 장면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는데, 이 때 친모가 아이를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을 집중수사하고 있습니다. <br><br>Q5. 딸인 김 씨와의 공모 가능성도 계속 나오고 있어요. 사실입니까? <br> <br>현재로선 두 사람의 공모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. <br><br>김 씨가 아이를 버리고 나간 뒤인 지난해 10월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메시지가 복원됐는데, 석 씨는 이 때도 김 씨에게 "재혼을 해서 낳은 아이가 첫째, 즉 숨진 아이와 많이 닮았다"고 말합니다. <br> <br>두명의 아이 모두 김 씨가 낳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, 실제 김 씨는 석 씨가 숨진 아이의 친모라는 유전자 검사결과 소식을 듣고도 "믿을 수 없다"는 반응을 보였습니다. <br><br>Q6. 회사 컴퓨터로 '셀프 출산'을 검색한 기록을 비롯해서 범행 정황을 뒷받침할 증거들이 계속 나오고는 있는데, 석 씨는 어떤 반응입니까? <br> <br>심경에 약간의 변화를 보이기는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. <br> <br>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번주 초에 4번째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는데, 결과가 나오려면 최장 한달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. <br> <br>구속기간 만료일이 다음달 5일이니까, DNA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어떻게든 자백을 이끌어내야 합니다. <br> <br>결정적 증거 확보와 함께 석 씨의 심리선을 무너뜨리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. <br> <br>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. <br><br>